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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소스 혹은 맛있는 비린내

뉴스센터장 2025. 2. 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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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소스만 생각하면 먼저 콧속을 맴도는 짙은 바다 냄새가 떠오른다.
어떤 날은 꺼진 선풍기처럼 미약하게 퍼지고, 또 어떤 날은 문밖까지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강렬한 향 속에 사람들의 밥상을 바꾼 힘이 숨어 있다.
나 역시 처음엔 피쉬 소스 특유의 짠내가 마치 갑자기 눈에 띈 오래된 부표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볶음 요리에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음식의 깊이가 우주를 확장하듯 커졌다.


피쉬 소스란 무엇인가

피쉬 소스는 말 그대로 물고기를 발효해 만든 양념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흔히 쓰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 ‘느억맘’이라 부르는 이 소스는, 지난 10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연평균 8% 이상 성장했다(현지 식품시장 자료 참조).
짠맛, 감칠맛, 감탄사가 뒤섞여 요리에 바닷물결을 밀고 오는 양념이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향이 사람을 양극단으로 나눈다.
싫어하는 이에게는 손선풍기보다 아쉽고 성가신 냄새일 뿐이다.
반면,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요리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밥 한 공기를 단숨에 없애는 마성의 액체가 된다는 말이다.


왜 피쉬 소스가 중요한가

1. 감칠맛의 원천
일반 간장과 소금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농밀한 감칠맛이 있다. 된장찌개에도 약간 넣으면, 고깃집 환풍기 아래처럼 묘하게 구수한 풍미가 펼쳐진다. 여름철 샐러드 드레싱에 써도 좋다. 피쉬 소스 한 방울이 다른 재료를 마치 군무를 추듯 이끈다.

2. 국제 시장의 성장
시장조사 기관인 Statista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와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피쉬 소스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레스토랑과 글로벌 퓨전 요리가 늘며 수요도 뛰었다. 몇몇 업계 전문가들은 “5년 내 주요 글로벌 식품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한다.

3. 문화적 다양성
피쉬 소스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각 나라별로 맛이 조금씩 다르다. 발효 방식, 사용하는 생선, 숙성 기간 등이 제각각이다. 그래서 ‘단일한 피쉬 소스’라는 표현은 어쩌면 부정확하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도 십수 가지 원두와 로스팅 기법이 있듯, 피쉬 소스 세계도 훨씬 복합적이다. 한국인에게 그래도 친숙한 피쉬 소스는 월남쌈을 찍어 먹는 베트남 느억맘 소스가 아닐까 싶다. CAT HAI라는 브랜드가 친숙하다. 요즘엔 한국에서 만든 피쉬 소스도 있다.


사용 시 유의할 점

  • 소량으로 시작: 맛이 강하므로 처음에는 작은 티스푼 단위로 조절한다.
  • 색 배합: 발효 숙성 탓에 어두운 갈색을 띤다. 흰색 요리에 넣으면 색이 탁해 보일 수 있다.
  • 냄새 환기: 휘발성 향이 강하다. 조리 시 환기를 시키거나 다른 향신료와 섞어 향을 중화한다.

결론: 낯선 바다 속 보물

처음 피쉬 소스를 접할 때, 누구나 어딘가 모르게 물비린내에 움츠러든다. 마치 깊은 바다 밑에서 갓 건져온 수수께끼 상자 같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요리에 깊이를 부여하는 보물이 쏟아진다. 짧은 조리에도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어느덧 음식에 빠져드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피쉬 소스는 조금은 낯설지만, 한 번 맛들이면 쉽게 돌아가기 어려운 양념이다. 음식 속에 우주가 펼쳐지는 느낌을 원한다면, 작은 스푼 하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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